
노인일자리 택배 사업, 무임승차 제도의 허점 파고들어 … 재정 손실 눈덩이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 목적에서 벗어나 특정 노인 취업군의 영업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적극 확대하는 '노인 택배 배달 사업' 종사자들이 지하철을 하루 수십 차례 무임으로 이용하면서 재정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제도적 보완책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 '경로 우대'가 '영업 보조금'으로
1984년 도입된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의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복지 목적으로 시작됐다. 65세 이상이면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고령화로 무임 이용객이 해마다 늘면서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각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정 부담은 이미 수천억 원대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제도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바로 정부가 노인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확대하고 있는 '노인 택배 배달 사업'이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소정의 급여를 받으며 택배를 배달하는데, 업무 특성상 배달지를 오가며 하루에 10회 이상 지하철을 이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들에게 지하철 무임승차는 단순한 복지 혜택이 아니라, 사실상 영업 비용을 국가와 지방 재정이 대신 부담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 한 손으론 일자리 주고, 다른 손으론 교통 보조금 쥐여주고
문제의 핵심은 정책 간 충돌이다. 정부는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을 명목으로 노인일자리 사업 예산을 꾸준히 늘려왔다. 노인 택배 사업도 그 일환이다. 참여 노인에게 월 수십만 원의 급여를 지급하면서, 동시에 무제한 무임승차라는 또 다른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납세자의 돈이 두 경로로 동시에 투입되는 구조다.
더욱이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도시철도 운영 기관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중앙정부가 노인일자리 사업 예산을 집행하면서 발생하는 교통 비용 손실은 지방 공기업의 적자로 전가되는 구조적 모순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보전 대책은 사실상 부재한 상태다.
■ '전면 폐지'가 아닌 '합리적 제한'이 해법
노인 무임승차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여전히 많은 저소득 노인에게 이 제도는 생활의 버팀목이다. 그러나 현행 무제한 방식은 분명히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대안은 '횟수 제한'이다. 일반적인 외출과 사회 참여를 위한 하루 2~4회 정도의 무임 이용을 보장하되, 그 이상은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복지 목적의 이동은 여전히 보호받으면서, 상업적 목적의 반복 이용은 자연스럽게 걸러지게 된다.
나아가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교통비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금 또는 교통카드 충전 방식으로 실비를 지원하면, 재정 사용의 투명성도 높아지고 운영기관의 손실도 줄어들 수 있다.
■ 당당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내는 사회로
일을 통해 소득을 얻는 노인에게까지 무제한 교통 무임승차를 제공하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넘어, 노인 스스로의 자존감과도 연결된 문제다. 노동의 대가로 당당히 임금을 받는 사람이라면, 그에 걸맞은 사회적 의무도 함께 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노인 무임승차 논쟁은 오래됐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논의는 대부분 '노인 vs. 청년', '복지 축소 vs. 재정 건전성'이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이제는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누구를, 어떤 목적으로 지원할 것인가. 복지 제도는 취약계층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 목적에 맞지 않는 수혜는 과감히 걷어내는 것이 진정한 복지의 완성이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이미지 검색
'살아가는 흔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위고비가 빼준 5킬로, 내 발로 지킨다 (2) | 2026.05.10 |
|---|---|
| 그놈의 '오빠'가 뭔지 (0) | 2026.05.07 |
| 커밍아웃을 들었을 때 기본 원칙 (0) | 2026.04.26 |
| 어이가 없다 (0) | 2026.04.23 |
| 거리 위의 담배 연기, 비흡연자는 오늘도 숨이 막힌다 (1) | 2026.02.13 |